결혼은 인도 사회에서 가족과 공동체의 통합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의례다. 그러나 그 형식과 규모, 진행 방식은 카스트에 따라 현저히 다르며,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전통의 다양성이라기보다는 뿌리 깊은 신분 구분의 결과물이다. 이 글에서는 인도 결혼식 풍습이 어떻게 계층에 따라 나뉘고, 그것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불평등의 구조를 살펴본다.
화려함과 소박함 사이의 격차, 그 시작부터 다르다
인도의 결혼식은 전통적으로 가문과 공동체의 위상을 과시하는 기회로 여겨지며, 특히 상위 카스트의 결혼식은 그 규모와 형식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브라만, 크샤트리아 계층의 혼례는 사흘에서 일주일에 이르는 장기간 행사로 진행되며, 전통 사제의 주도 아래 복잡한 의례가 반복된다. 장소 선정, 의복, 장신구, 음식, 초대 인원 등 모든 것이 계층적 권위와 부의 상징으로 기능하며, 그 화려함 자체가 신분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반면 하위 카스트, 특히 달리트 가정의 결혼식은 경제적 제약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별로 인해 간소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위 카스트가 사용하는 마을 회관이나 예식장을 대여할 수 없고, 그로 인해 길가나 임시 천막에서 의식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결혼식 행렬이 마을 중심지를 통과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사례도 있으며, 전통 악기를 사용하는 것이 ‘상위 계층의 권리’로 여겨져 금지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결혼식이라는 하나의 문화 행위는, 카스트에 따라 누구는 주인공이 되고 누구는 배제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의례의 형식이 곧 사회적 서열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결혼식에서조차 평등이 허용되지 않는 구조는 단지 문화적 차이로 보기 어렵다.
사랑과 결혼 사이, 계층의 개입
인도의 결혼은 여전히 대부분 가족에 의해 주도되는 중매결혼 방식이 지배적이며, 그 전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카스트의 일치’다. 같은 자티(jati) 내에서 배우자를 찾는 것이 이상적인 결혼으로 여겨지고, 이를 벗어난 결혼은 가족의 파문, 공동체 내 배척, 심지어 명예살인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특히 상위 카스트 여성이 하위 카스트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 공동체의 체면을 해친다는 이유로 극단적 처벌이 내려지는 일이 적지 않다. 이러한 규범은 결혼식 풍습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인터카스트 결혼이 성사되더라도, 상위 카스트 가족은 이를 공개하지 않거나, 전통 의례를 거부하고 별도의 간이 행사로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하위 카스트 출신 신랑 혹은 신부는 사제의 주례를 받지 못하거나, 마을 사원의 출입이 제한되는 등의 차별을 경험한다. 더욱이 결혼식이 공개적으로 치러질 경우, 지역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조용히 넘어가야 할 일’로 취급되며, 언론 보도조차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는 사랑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조차 카스트라는 틀 안에서 제어받고 있으며, 결혼이라는 제도가 그것을 공식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에서도 SNS를 통한 결혼 발표, 신랑신부의 웨딩 촬영 등은 계층에 따라 노출 양상이 달라지며, 일부 커플은 비난과 협박을 피하기 위해 신분을 숨기거나 외지에서 혼례를 올리는 것을 택한다. 결혼이라는 축제가 누군가에게는 공포와 긴장의 사건이 되는 이 현실은, 여전히 무너지지 않은 위계 구조를 방증한다.
결혼식에서 평등을 외치다, 변화의 시도들
그러나 최근 인도 사회에서는 이러한 결혼식의 계층적 구조를 해체하려는 시도도 점차 등장하고 있다. 일부 커플은 의도적으로 간소한 결혼식을 선택하며, 계층이나 경제력을 드러내지 않는 ‘비계층적 혼례’를 실천하고 있다. 이는 결혼식의 본질을 다시 묻고, 인간과 인간의 결합이라는 근본적인 의미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다. 또한 일부 도시 지역에서는 카스트를 넘어선 사랑 결혼을 지지하는 부모 세대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며 사회의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소수이지만,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도 인터카스트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혼례 장소 제공, 혼례 보안 지원 등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자립이 늘어나면서,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으며, 카스트보다 가치관과 성격의 궁합을 우선시하는 경향도 증가하고 있다. 결혼식은 개인의 선택이자 가족의 상징이며, 공동체의 문화다. 그러나 그 문화가 누군가에게 차별을 가하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우리는 그 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랑은 위계가 없어야 하며, 결혼은 누구에게나 축복이어야 한다. 결혼식에서부터 평등이 실현될 때, 인도 사회는 진정한 변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