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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평등과 공정함을 배우는 첫 번째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인도 사회에서는 교육기관조차 카스트에 따른 위계가 재생산되는 장소가 되며, 하위 카스트 학생들은 배움의 기회를 얻는 동시에 차별과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학교와 대학, 기숙사 등에서 발생하는 카스트 기반 따돌림 문제의 실태와 그 구조적 배경을 살펴본다.
초·중등학교에서 시작되는 차별의 경험
많은 하위 카스트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같은 교실 안에서 위화감을 느낀다. 공립학교에서조차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거나, 이름을 부르는 방식에 차별이 존재한다. 교사는 하위 카스트 학생에게 질문을 피하거나, 대놓고 '너희는 원래 느리다'는 식의 편견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급식 시간에도 차별은 벌어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하위 카스트 학생이 배식 담당일 경우, 상위 카스트 학생들이 식사를 거부하거나 불만을 표하는 일이 있다. 같은 식판을 쓰지 않으려 하거나, 함께 앉아 식사하는 것을 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하위 카스트 학생은 자연스럽게 외톨이가 된다. 심지어 또래 학생들 사이에서도 부모나 지역 사회의 영향을 받은 카스트 편견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정 놀이에서 제외하거나, 별명을 붙여 부르며 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사소한 신체 접촉조차 불쾌해하는 등 은근한 따돌림이 반복된다. 이러한 차별은 단지 상처에 그치지 않는다. 학생의 자존감 저하, 수업 참여 회피, 학업 중도 포기 등 교육 기회의 근본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하위 카스트 학생의 삶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남긴다.
대학과 기숙사, 그리고 제도적 침묵
고등교육기관에서는 차별이 더 은밀하고 구조화된 방식으로 나타난다. 하위 카스트 학생이 장학금 수혜자라는 이유만으로 ‘할당제 출신’이라는 낙인을 쓰게 되고, 같은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성과나 노력의 인정은 부족하다. 교수나 동료 학생의 편견 어린 시선은 이들을 지속적으로 소외시키며, 학내 따돌림의 형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기숙사 생활에서는 방 배정에서부터 차별이 발생한다. 하위 카스트 학생은 '같이 지내기 꺼려지는 사람'으로 간주되어 따로 분리되거나, 그룹 내 활동에서 배제되기 쉽다. 팀 프로젝트, 동아리, 발표 모임 등에서 배제되는 일이 반복되면, 학생은 점차 고립되고 학업 및 정서적 상태 모두에 악영향을 받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차별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되었을 때조차, 교육기관이 이를 축소하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교직원은 “개인 간의 갈등”, “문화적 오해”라는 식으로 사건을 넘기거나, 피해 학생에게만 중재를 요구한다. 이는 제도적 침묵을 조장하고, 차별을 묵인하는 구조를 고착화한다. 일부 유명 대학에서는 하위 카스트 학생의 자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야 제도적 개선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근본적 해결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모든 학생이 존중받는 교실을 위해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교실 안에서의 차별은 단순한 개인적 사건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정의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교직 임용 전 단계에서부터 카스트 차별 감수성 훈련을 포함한 교직 윤리 교육이 필수화되어야 한다. 또한 학교와 대학 내에서 차별 사건을 실질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담 기구와 신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 학생 보호, 가해자 교육, 중재 절차 등의 프로토콜을 명확히 하고, 모든 학생이 신분과 배경에 관계없이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 간 토론 수업, 문화 교류 활동, 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학기 초, 동아리 모집, 기숙사 입소 등 전환 시기에 적극적인 환영과 통합 활동을 기획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내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따돌림이 '평범한 일상'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구성원 모두의 경각심과 연대가 필요하다. 교실은 단지 지식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존엄과 평등을 연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진정한 교육은 단지 머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사람으로 보는 시선을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선은, 카스트 없는 교실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