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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트 온라인 관련 이미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표현의 자유와 연결의 기회를 확대해 주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도 인도 사회의 오랜 신분 구조, 즉 카스트 제도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포럼, 채용 플랫폼 등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카스트 차별의 양상과 그 영향력을 살펴본다.

    댓글 속 낙인, 사용자 이름 속 출신 추정

    소셜미디어에서의 카스트 차별은 종종 사용자 이름이나 게시글 내용, 성씨만으로도 드러난다. 인도에서는 특정 성이 카스트를 암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자 이름만으로도 출신 계층이 추정되고, 그에 따라 댓글이나 반응이 달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하위 카스트 성을 가진 이용자가 의견을 게시하면 “할당제 출신이 주제넘는다”,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식의 차별적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단지 공격성 표현을 넘어, 사회적 지위를 근거로 의견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방식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트위터) 등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이와 유사한 차별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 기반 앱, 특히 지역 커뮤니티나 신앙 기반 앱에서는 회원 가입 시 출신 지역과 성을 입력하게 하고, 게시글의 우선 노출 여부에 차별을 두는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경우도 있다. 하위 카스트 출신의 글이나 게시물은 ‘질 낮은 콘텐츠’로 간주되어 노출이 제한되거나, 추천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심지어 온라인 게임이나 라이브 방송에서도 닉네임, 말투, 배경음 등을 근거로 카스트를 추정해 조롱하거나 따돌리는 행위가 이루어진다. 이는 디지털 공간에서도 위계적 시선이 사용자 경험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채용 플랫폼, 리뷰 사이트에서의 구조적 차별

    온라인 채용 플랫폼에서도 카스트 차별은 은밀하게 작동한다. 일부 기업은 채용 시 이력서에 표시된 학교, 지역, 성명을 통해 지원자의 신분을 추정하며, 특정 카스트 출신 지원자에 대해 서류 탈락이나 면접 배제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공식적인 설명 없이 ‘문화적 부적합’, ‘기대치 미달’ 등의 이유로 정당화된다. 또한 직장 평가 사이트나 커리어 커뮤니티에서는 상위 카스트 중심의 인맥과 경험담만이 부각되고, 하위 카스트 출신의 경력이나 의견은 무시당하거나 폄훼되는 일이 발생한다. 일부 리뷰에는 노골적인 신분 차별 표현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측에서 이를 방관하거나 삭제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쇼핑몰, 숙박 리뷰, 식당 후기 등 일반 소비자 플랫폼에서도 문제가 발견된다. 특정 성씨를 사용하는 판매자나 리뷰 작성자에 대해 의도적으로 낮은 평점을 주거나, 비하성 댓글을 남기는 사례가 반복되며, 이는 영세 자영업자나 지역 상인의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디지털 공간이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그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온라인조차 카스트에 따라 ‘다르게 설계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포용성을 위한 온라인 생태계의 전환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카스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플랫폼 운영사들은 알고리즘 설계 시 편향성을 철저히 검토하고, 차별적 콘텐츠나 혐오 표현을 감지하고 삭제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 댓글 모니터링과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고, 사용자 교육을 통해 혐오 표현과 무의식적 차별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플랫폼 가입 단계에서 성명이나 지역 정보를 필수 입력 항목으로 두는 관행은 최소화하고, 익명성이 보장되더라도 윤리적 사용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커뮤니티 운영 방침이 요구된다. 채용 플랫폼과 커리어 네트워크의 경우, 기업의 차별적 행태를 감시하고 투명한 채용 데이터를 공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하위 카스트 출신 인재의 역량이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콘텐츠 큐레이션과 추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차별 방지 기준을 제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 조치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디지털 교육 과정에 차별 감수성 콘텐츠를 포함시켜, 온라인 시민으로서의 책임 의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디지털 세계는 우리가 선택한 새로운 사회다. 그 안에서조차 누군가는 ‘출신’ 때문에 소외된다면, 그것은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차별의 재포장일 뿐이다. 온라인에서조차 출신을 묻지 않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포용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