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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트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이중 차별 이미지


    도시로의 이주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하위 카스트 출신 이주 노동자들은 이주의 과정 속에서 기존의 신분적 불평등과 도시 내 새로운 차별 구조에 이중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주 노동자가 겪는 구조적 차별의 실태와 그 속에서 드러나는 카스트 기반의 배제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고향에서 밀려나고, 도시에서 밀려나는 구조

    하위 카스트 시민들이 도시로 이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향에서의 토지 부족, 불안정한 생계, 지역 내 신분 차별 때문이다. 많은 하위 카스트 농민은 지주 중심의 농촌 구조 속에서 임금 노동자로 살아가며, 자립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도시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도시 이주 이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이방인’의 위치에 머무른다. 이주 노동자의 신분에 하위 카스트 출신이라는 정체성이 더해지면, 숙소 배정, 일자리 선택, 급여 협상 등 거의 모든 생활 조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예를 들어 건설현장, 배관, 청소, 운반업무와 같은 저임금·고위험 노동에 주로 배치되며, 임금 체불이나 안전 미비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들은 조직되지 않은 개인 계약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법적 보호도 받기 어렵다. 거주지 역시 도시 외곽의 비공식 정착촌이나 낙후된 임시 쉘터에 머무르며, 기본적인 전기, 수도, 위생 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하위 카스트 이주 노동자는 농촌과 도시 모두에서 ‘중심 밖’으로 밀려난 이중 소외의 상태에 놓여 있다.

    도시 내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일상화

    도시에서는 공식적인 신분보다도 직업, 언어, 외모, 거주 지역 등을 통해 사회적 위계가 구성되는데, 하위 카스트 이주자는 이 모든 기준에서 ‘하층’으로 인식되기 쉽다. 이로 인해 공공서비스 이용, 고용기회, 지역 커뮤니티 통합 과정 등에서도 배제된다. 대표적으로 임대 주택을 구할 때, 중개인은 이주자의 출신 지역과 직업을 물어보며, 하위 카스트로 인식되면 집을 보여주지 않거나 보증금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어린 자녀를 둔 경우, 지역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 과정에서도 배제당하거나, ‘학급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식의 설명으로 거부당한다. 또한 상점, 식당, 공공교통 등 일상 공간에서의 대우 역시 차별적이다. 이주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하위 카스트라는 추정만으로 ‘깨끗하지 않다’는 편견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정서적 고립과 자기 검열로 이어진다. 커뮤니티 행사나 지역 자치 조직에서도 이주 노동자는 참여 기회를 갖기 어려우며, 행정서비스와 법률 보호에도 접근이 제한된다. 이러한 상황은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것을 방해하고, 도시 내 계층 고착을 강화한다.

    이주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 전환

    하위 카스트 이주 노동자가 도시에서 존엄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도시계획에 이주민 정착을 고려한 주거 정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임시 주거지와 비공식 정착촌을 제도권 내로 편입시키고, 공공주택 공급 시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고용 보호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주 노동자의 고용계약을 공식화하고, 급여 체불, 산재 보상, 근로 시간에 대한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비공식 부문의 고용 실태를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고용주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이주자 대상 행정지원센터 설치가 필요하다. 출신 카스트나 지역에 상관없이 주민등록, 의료, 교육 등 필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통합적 행정 창구를 마련하고,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상담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넷째, 대중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미디어, 교육, 공공 캠페인을 통해 이주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고, 그들의 노동과 존재가 도시를 지탱하는 기반임을 알릴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누구도 더 나은 삶을 향해 이주한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어떤 신분도, 그 사람의 노동과 권리를 정당화할 기준이 될 수 없다. 도시는 모두의 공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도시에는, 카스트도 배제도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