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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에 따른 주거 분리와 공간 속의 차별 거주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자 존엄의 기초이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단지 어디에 사느냐가 곧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사회적 표식이 되며, 카스트는 주거지의 위치, 질, 권리를 결정짓는 주요 기준이 된다. 이 글에서는 카스트 기반 주거 분리 현상의 역사와 오늘날 도시와 농촌에서 그것이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조명한다. 공간으로 나뉘는 계층, 마을에서 도시까지전통적인 인도 농촌 마을 구조를 살펴보면, 카스트에 따른 주거 분리는 명확하다. 마을 중심에는 브라만과 같은 상위 카스트가 위치하고, 마을 외곽이나 변두리에는 달리트, 수드라와 같은 하위 계층이 모여 산다. 이 분리는 단지 지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우물, 사원, 학교, 도로와의 접근성에서도 차이를 만들어내며, 하위 카스트는 기본적인 공공 인프라조차 제한적으.. 2025. 4. 24.
차별의 물줄기 카스트와 식수 접근권의 불평등 깨끗한 식수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원이다. 그러나 인도 사회에서는 이 기본권조차 카스트에 따라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이나 인프라가 취약한 곳에서는 우물, 펌프, 관정 등의 이용에서부터 노골적인 차별이 이루어지며, 하위 카스트의 주민들은 생명 유지조차 공동체로부터 배제당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이 글에서는 식수 접근성의 문제를 통해 드러나는 카스트 기반의 일상적 차별을 조명하고자 한다. 식수마저 허락받아야 하는 사람들인도의 농촌 마을에서는 마을 공동의 식수 시설, 즉 손 펌프나 우물, 공공 수도가 주민들의 주요 식수원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 시설의 이용조차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달리트와 같은 하위 카스트 주민은 상위 카스트 주민들과 함께 물을 긷는 .. 2025. 4. 24.
도망칠 수 없는 족쇄, 카스트 차별과 이주 노동자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고향을 떠나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도시는 기회의 공간일 수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그조차도 출신 카스트에 따라 제한되며, 이주는 곧 또 다른 형태의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도시에서 경험하는 카스트 기반 차별의 구조와 그 사회적 함의를 살펴본다. 고향을 떠나도 사라지지 않는 카스트 낙인인도의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다. 대부분이 일용직, 건설 현장, 공장 노동, 가사 서비스, 거리 상업 등에 종사하며, 도시 경제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중 다수는 달리트나 OBC(기타 후진 계층) 출신으로, 농촌에서는 뿌리 깊은 차별을 피해 떠났지만, 도시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낙인을 마주하게 된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2025. 4. 23.
언어와 억양을 통한 카스트 차별의 그림자 사람의 말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문화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회적 도구다. 그러나 인도 사회에서는 언어와 억양, 말투마저도 계층적 위계의 기준이 되며, 카스트에 따른 차별의 도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말하는 방식과 언어 습관이 어떻게 사회적 신분을 규정짓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언어 속에 숨은 위계, 사투리도 차별의 근거가 된다인도는 수백 개의 언어와 방언이 공존하는 다언어 국가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의 다양성은 때때로 사회적 위계로 전환된다. 상위 카스트는 특정한 억양, 문법, 단어 선택을 사용하는 ‘정제된 언어’를 구사한다고 여겨지고, 하위 카스트는 거칠고 단순한 어휘,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는 ‘천한 말’을 쓴다는 인식이 고착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북인도.. 2025. 4. 23.
직업도 물려받는 사회, 카스트가 규정한 세습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직업은 능력과 열정, 기회의 조합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도 사회에서는 수천 년간 유지되어 온 카스트 제도가 직업 선택에까지 뿌리를 내려, 출생만으로 개인의 일생을 규정짓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이 글에서는 카스트별 직업군 세습의 기원과 현실, 그리고 이 구조가 인도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전통적 역할 분담이 낳은 신분화된 직업 구조힌두교 경전에 기반한 인도 카스트 체계는 브라만(사제), 크샤트리아(전사), 바이샤(상인), 수드라(노동자)라는 네 바르나(varna)를 중심으로 사회를 나누며, 각 계층에는 고유한 ‘다르마(dharma, 의무)’가 주어졌다. 이 ‘의무’는 종교적, 도덕적 정당성을 갖춘 역할 분담으로 해석되었지만, 실제로는 각 계층의 직업군을 고.. 2025. 4. 23.
공공기관 이용에서 드러나는 카스트 미묘한 차별 공공기관은 국민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하며, 누구든 차별 없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도 사회에서는 병원, 학교, 행정 사무소, 경찰서 등 공공기관 내에서도 카스트에 따른 은근한 차별과 배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명시적인 법적 제한이 아닌, 태도와 환경, 관행에 스며든 ‘미묘한 차별’로 작동하며, 하위 카스트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출입은 가능하지만, 대우는 다르다인도 헌법은 공공기관 이용에 있어 모든 시민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하위 카스트 출신 시민이 공공기관을 방문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 느린 응대, 불친절한 태도 등을 경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명시적 거부가 아닌, ‘보이지 않는 대우의 차이’로 나타나며, 상대방이.. 2025.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