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의 핵심은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 사회에서는 이 기본 권리조차도 카스트에 따라 제한되거나, 왜곡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하위 카스트 시민들은 법적으로는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보장받고 있지만, 실제 참여 과정에서는 구조적 배제와 은밀한 제약을 경험한다. 이 글에서는 카스트에 따른 정치 참여의 현실과 그 구조적 문제를 짚어본다.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배제 사이의 간극인도 헌법은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며, 하위 카스트와 부족민에게는 정치적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해 일정 비율의 의석을 ‘할당제(Reservation)’로 배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대표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제약..

종교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소속감을 제공하는 삶의 중심이다. 인도 사회에서 힌두 사원은 단지 신앙의 공간을 넘어 공동체의 문화 중심이자 정체성의 상징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이 신성한 공간조차 모두에게 열려 있지는 않다. 카스트에 따라 누군가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반면, 누군가는 입구에서부터 거부당하거나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야 하는 현실. 이 글에서는 사원 출입에서 벌어지는 카스트 기반의 차별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성전의 문 앞에서 멈춰야 하는 사람들힌두교는 모든 생명이 신의 일부이며,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종교 실천에서는 카스트에 따른 위계가 철저히 유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사원 출입의 제한이다. 특히 농촌이나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달리트와 같은..

거주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자 존엄의 기초이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단지 어디에 사느냐가 곧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사회적 표식이 되며, 카스트는 주거지의 위치, 질, 권리를 결정짓는 주요 기준이 된다. 이 글에서는 카스트 기반 주거 분리 현상의 역사와 오늘날 도시와 농촌에서 그것이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조명한다. 공간으로 나뉘는 계층, 마을에서 도시까지전통적인 인도 농촌 마을 구조를 살펴보면, 카스트에 따른 주거 분리는 명확하다. 마을 중심에는 브라만과 같은 상위 카스트가 위치하고, 마을 외곽이나 변두리에는 달리트, 수드라와 같은 하위 계층이 모여 산다. 이 분리는 단지 지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우물, 사원, 학교, 도로와의 접근성에서도 차이를 만들어내며, 하위 카스트는 기본적인 공공 인프라조차 제한적으..

깨끗한 식수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원이다. 그러나 인도 사회에서는 이 기본권조차 카스트에 따라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이나 인프라가 취약한 곳에서는 우물, 펌프, 관정 등의 이용에서부터 노골적인 차별이 이루어지며, 하위 카스트의 주민들은 생명 유지조차 공동체로부터 배제당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이 글에서는 식수 접근성의 문제를 통해 드러나는 카스트 기반의 일상적 차별을 조명하고자 한다. 식수마저 허락받아야 하는 사람들인도의 농촌 마을에서는 마을 공동의 식수 시설, 즉 손 펌프나 우물, 공공 수도가 주민들의 주요 식수원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 시설의 이용조차 모두에게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달리트와 같은 하위 카스트 주민은 상위 카스트 주민들과 함께 물을 긷는 ..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고향을 떠나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도시는 기회의 공간일 수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그조차도 출신 카스트에 따라 제한되며, 이주는 곧 또 다른 형태의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도시에서 경험하는 카스트 기반 차별의 구조와 그 사회적 함의를 살펴본다. 고향을 떠나도 사라지지 않는 카스트 낙인인도의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한다. 대부분이 일용직, 건설 현장, 공장 노동, 가사 서비스, 거리 상업 등에 종사하며, 도시 경제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중 다수는 달리트나 OBC(기타 후진 계층) 출신으로, 농촌에서는 뿌리 깊은 차별을 피해 떠났지만, 도시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낙인을 마주하게 된다. 이들은 고향에서의..

사람의 말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문화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회적 도구다. 그러나 인도 사회에서는 언어와 억양, 말투마저도 계층적 위계의 기준이 되며, 카스트에 따른 차별의 도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말하는 방식과 언어 습관이 어떻게 사회적 신분을 규정짓는 요소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언어 속에 숨은 위계, 사투리도 차별의 근거가 된다인도는 수백 개의 언어와 방언이 공존하는 다언어 국가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의 다양성은 때때로 사회적 위계로 전환된다. 상위 카스트는 특정한 억양, 문법, 단어 선택을 사용하는 ‘정제된 언어’를 구사한다고 여겨지고, 하위 카스트는 거칠고 단순한 어휘,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는 ‘천한 말’을 쓴다는 인식이 고착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북인도..